간략한 소개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 이후 6년만에 제작한 영화다. 남자 주인공 장해준 역할은 배우 박해일이 맡았다. 장해준은 부산서부경찰서 소속의 경찰로 최연소 경감 승진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자 주인공 송서래 역할은 배우 탕웨이가 연기했다. 영화 속 송서래는 한국으로 밀입국한 중국인이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탕웨이가 실제 중국인이고 결혼 후 한국에서 살고있다는 점이 영화의 몰입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박찬욱 감동은 본 영화의 각본 자체가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고 밝힌바 있다. 장해준 역시 각본을 쓸 때 '박해일 같은 사람'으로 설정하였다고 하니 영화 속 캐릭터와 배우들이 물아일체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헤어질 결심'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의 대표적 영화상인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휩쓸었다. 또한 대종상에서도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 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비롯하여 외국의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상, 세인트루이스 영화비평가협회상 등에서도 수상하며 작품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경찰과 용의자
장해준과 송서래의 만남은 구소산 사망 사건에서 시작한다. 사망자의 이름은 '기도수'이며 그의 아내가 바로 송서래이다. 서래는 노인 방문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해준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며 멀리 '이포'에 사는 아내와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해준은 용의선상에 오른 서래를 취조 및 미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서래는 결국 알리바이가 확인되어 용의선상에서 벗어난다. 서래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자 두 사람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데이트까지 하는 사이가 된다.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중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병을 앓던 어머니를 돌보던 중 어머니가 죽기를 원해서 펜타닐을 먹여 사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어머니가 생전에 자주 얘기했던 산을 찾아 한국에 밀입국 했고, 그 과정에서 기도수를 만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다. 또한, 서래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해준이 깊이 잠들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깊어진다.
어느 날 해준은 서래의 부탁으로 할머니 환자 한 명을 방문하는데, 이 때 서래가 강력한 용의자임을 알려주는 힌트를 얻게된다. 해준은 스스로 세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기도수가 죽은 산으로 올라가고 자신의 가설이 맞다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수사는 이미 종결되었고, 서래의 영향으로 관련 자료는 많이 소실된 상태다. 해준은 서래가 자신의 범죄 증거물을 없애기 위해 해준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해준에 대한 감정으로 그를 돕기위해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 동안 서래가 여러 상황을 조작해 온 것을 알게된 해준은 괴로워한다. 결국 해준은 이 모든 것을 서래에게 고백하고 자신의 내면이 붕괴되었다고 말하며, 유일한 증거인 핸드폰을 바다에 던져 없애라고 말 한 뒤 떠난다.
재회 그리고 헤어질 결심
해준은 아내가 있는 이포로 근무지를 옮기고 시간은 13개월이 지난다. 그 동안 해준의 불면증은 더 심해졌다. 그리고 서래는 사기꾼 임호신과 재혼을 했고, 남편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이포로 도망온다. 두 사람은 우연히 이포의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재회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해준은 서래의 남편(임호신)이 사망했으며 살인 사건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이 사건을 맡게된 해준은 자연스럽게 서래를 의심한다. 취조 중 해준은 서래에게 왜 그런 남자와 재혼했냐고 묻는다. 서래는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해준은 혼란스럽다.
해준의 의심과 달리 서래의 남편을 죽인 범인은 '사철성'이라는 사람이었고 수사는 종료된다. 그러나 나중에 해준이 알게된 사건의 전말은 달랐다. 서래는 해준이 떠날 당시 나눈 대화를 핸드폰에 녹음했었는데 이 것을 들은 임호신이 이 사실을 해준의 아내에게 알리겠다며 서래를 협박했던 것이다. 서래는 자신을 협박하는 임호신을 처리하기 위해 사철성의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이에 사철성은 복수심에 불탔다. 이 후 서래는 일부러 사철성과 임호신이 한적한 곳에서 마주치는 상황을 만들었고, 사철성이 임호신을 살해했다.
서래는 녹음 파일이 있는 핸드폰을 해준에게 건넨 뒤 깊은 바다에 버리라는 말을 남긴다. 서래는 인적이 없는 외진 바닷가로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구덩이를 파고 안에 들어간다. 이윽고 밀물이 밀려와 구덩이를 바닷물로 채운다. 서래는 그대로 밀물과 함께 사라진다. 뒤늦게 해준이 같은 곳에 도착하지만 이미 바닷물이 차오른 상태였고 서래를 찾을 수 없었다.
'참 불쌍한 여자네.'
임호신이 죽은 후 해준은 취조 중 서래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경찰 관할 하에 두 남편이 연달아 죽은 걸 남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서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참 불쌍한 여자네." 서래는 돌보던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보냈다. 힘겹게 한국에 밀입국 했고 기껏 결혼한 기도수는 자신을 학대했다. 사랑하게 된 해준은 자신 때문에 붕괴되었다. 해준을 잊고자 재혼한 임호신은 해준의 인생을 망치려 들었다. 서래는 해준이 붕괴되기 전으로 돌아가길 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래는 해준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필자는 서래를 보며 2019년 개봉한 영화 '조커'를 떠올렸다. 모든 것은 스스로의 선택일까? 아니면 환경과 상황에 등 떠밀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일까? 장르가 분명히 다른 두 영화가 통하는 점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 같다. 여기에 사랑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마음이 두배로 아픈 사람 또한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